님에게 - 김소월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의 당신 생각에
추거운 벼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저무는 갓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틀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바린 설음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추거운 벼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바린 설음이외다
개여울의 노래 - 김소월
그대가 바람으로 생겨 났으면
달 돋는 개여울의 빈 들 속에서
내 옷의 앞자락을 불기나 하지
우리가 굼벙이로 생겨 났으면
비오는 저녁 캄캄한 녕기슭의
미욱한 꿈이나 꾸어를 보지
만일에 그대가 바다난 끝의
벼랑에 돌로나 생겨 났더면
둘이 안고 떨어나지지
만일에 나의 몸이 불귀신이면
그대의 가슴 속을 밤도와 태워
둘이 함께 재 되어 스러지지
제비 - 김소월
오늘 아침 먼동 볼 때
강남의 더운 나라로
제비가 울며불며 떠났습니다
잘 가라는 듯이
살살 부는 새벽의
바람이 불 때에 떠났습니다.
어이를 이별하고
떠난 고향의
하늘을 바라보던 제비이지요
길가에서 떠도는 몸이기에
살살 부는 새벽의
바람이 부는대로 떠났습니다
무심 - 김소월
시집 와서 삼년
오는 봄은 거친 벌난벌에 왔습니다
거친 벌난벌에 피는 꽃은
졌다가도 피노라 아릅디다
소식 없이 기다린
이래 삼년
바로 가던 앞강이 간봄부터
굽이돌아 휘돌아 흐린다고
그러나 말마소, 앞 여울의
풀빛은 예대로 푸르렀소
시집 와서 삼년
어느 때나
터진대 개여울의 여울물은
거친 벌난벌에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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