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강 - 김소월
속잎 푸른 고운 잔디
소리라도 내려는 듯
쟁쟁하신 고운 햇볕
눈 뜨기에 바드랍네
자주 드린 적은 꽃과
노란 물들 산유화엔
달고 옅은 인새 흘러
나뷔 벌이 잠 재우네
복사나무 살구나무
불그스레 취하였고
개창버들 파란 가지
길게 늘여 어리이네
일에 갔던 팔린 소는
서린 듯이 길게 울고
모를 시름 좇던 개는
다리 뻗고 하품하네
청초청초 우거진 곳
송이송이 붉은 꽃숲
꿈같이 그 우리 님괴
손목 잡고 놀던 뎁세
밭고랑 우에서 - 김소월
우리 두 사람은
키 높이 가득 자란 보리밭, 밭고랑 우에 앉아서라
일을 필하고 쉬는 동안의 기쁨이어
지금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꽃이 필 때
오오 빛나는 태양은 나려 쪼이며
새 무리들도 즐거운 노래, 노래 불러라
오오 은혜여, 살아 있는 몸에는 넘치는 은혜여
모든 은근스러움이 우리의 맘 속을 차지하여라
세계의 끝은 어디? 자애의 하늘은 넓게도 덮였는데
우리 두 사람은 일하며, 살아 있어서
하늘과 태양을 바라보아라, 날마다 날마다도
새라새롭은 환희를 지어내며, 늘 같은 땅 우에서
못 잊어 -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라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새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혀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강촌 - 김소월
날 저물고 돋는 달에
흰 물은 솰솰......
금모래 반짝.....
청노새 몰아 가는 낭군!
여기는 강촌
강촌에 내 몸은 홀로 사네
말하자면, 나도 나도
늦은 봄 오늘이 다 진토록
백년 처권을 울고 가네
길세 저문 나는 선비
당신은 강촌에 홀로 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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