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시6 - 춘강, 밭고랑 우에서, 못 잊어, 강...

푸른숲과물결85 2012. 5. 5. 18:18

 

춘강 - 김소월

 

 

 

속잎 푸른 고운 잔디

소리라도 내려는 듯

쟁쟁하신 고운 햇볕

눈 뜨기에 바드랍네

 

 

자주 드린 적은 꽃과

노란 물들 산유화엔

달고 옅은 인새 흘러

나뷔 벌이 잠 재우네

 

 

복사나무 살구나무

불그스레 취하였고

개창버들 파란 가지

길게 늘여 어리이네

 

 

일에 갔던 팔린 소는

서린 듯이 길게 울고

모를 시름 좇던 개는

다리 뻗고 하품하네

 

 

청초청초 우거진 곳

송이송이 붉은 꽃숲

꿈같이 그 우리 님괴

손목 잡고 놀던 뎁세

 

 

 

 


 

 

밭고랑 우에서 - 김소월

 

 

 

우리 두 사람은

키 높이 가득 자란 보리밭, 밭고랑 우에 앉아서라

일을 필하고 쉬는 동안의 기쁨이어

지금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꽃이 필 때

 

 

오오 빛나는 태양은 나려 쪼이며

새 무리들도 즐거운 노래, 노래 불러라

오오 은혜여, 살아 있는 몸에는 넘치는 은혜여

모든 은근스러움이 우리의 맘 속을 차지하여라

세계의 끝은 어디? 자애의 하늘은 넓게도 덮였는데

 

 

우리 두 사람은 일하며, 살아 있어서

하늘과 태양을 바라보아라, 날마다 날마다도

새라새롭은 환희를 지어내며, 늘 같은 땅 우에서

 

 

 

 


 

 

 

못 잊어 -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라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새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혀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강촌 - 김소월

 

 

 

날 저물고 돋는 달에

흰 물은 솰솰......

금모래 반짝.....

청노새 몰아 가는 낭군!

여기는 강촌

강촌에 내 몸은 홀로 사네

말하자면, 나도 나도

늦은 봄 오늘이 다 진토록

백년 처권을 울고 가네

길세 저문 나는 선비

당신은 강촌에 홀로 된 몸

 

 

 

 


 



 


P 푸른소나무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