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산유화 - 김소월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적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
접동새 -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이붓머리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서워
시새움에 몸이 즉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참아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꽃촉불 켜는 밤 - 김소월
꽃촉불 켜는 밤, 갚은 골바에 만나라
아직 젊어 모를 몸, 그래도 그들은
「해 달 같이 밝은 밤, 저저마다 있노라」
그러나 사랑은, 한 두 번만 아니라, 그들은 모르고
꽃촉불 켜는 밤, 어스러한 창아래 만나라
아직 앞길 모를 몸, 그래도 그들은
「솔대같이 굳은 맘, 저저마다 있노라」
그러나 세상은, 눈물날 일 많아라, 그들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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