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시1 - 진달래꽃, 산유화, 접동새, 꽃촉불 켜는 밤

푸른숲과물결85 2012. 5. 5. 15:37

 

 

진달래꽃  -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산유화 - 김소월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적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

 

 

 

 

 


 

접동새 -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이붓머리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서워

시새움에 몸이 즉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참아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꽃촉불 켜는 밤 - 김소월

 

 

 

꽃촉불 켜는 밤, 갚은 골바에 만나라

아직 젊어 모를 몸, 그래도 그들은

「해 달 같이 밝은 밤, 저저마다 있노라」

그러나 사랑은, 한 두 번만 아니라, 그들은 모르고

 

 

꽃촉불 켜는 밤, 어스러한 창아래 만나라

아직 앞길 모를 몸, 그래도 그들은

「솔대같이 굳은 맘, 저저마다 있노라」

그러나 세상은, 눈물날 일 많아라, 그들은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