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

푸른숲과물결85 2012. 5. 5. 18:29

 

러브레터       

 

 

 

감독 : 이와이 순지

촬영 : 시노다 노보루

출연 : 나카야마 미호(히로코 역), 토요카와 에츠시(아키바 역), 사카이 미

키(소녀 이츠키 역), 카시와바라 다카시(소년 아츠키 역)

 

 

 

히로코의 연인 이츠키가 등반 사고로 죽은 지 2년이 지난 추모식에 이츠키

를 잊지 못하고 있는 히로코는 이츠키의 집에서 그의 옛 주소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며칠 뒤 히로코는 예기치 못한 이츠키의 답

장을 받게 된다. 히로코는 이츠키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이츠키가 자신의

죽은 연인과 이름이 같은 여자임을 알게 된다. 히로코는 이츠키를 만나기 위

해 먼길을 찾아오지만 집 앞에서 서성이다 편지 한 통만 남기고 발길을 돌

린다. 이츠키는 히로코가 남긴 편지를 통해 그녀의 연인이라는 사람이 자신

의 중학교 동창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본격적으

로 편지를 주고 받기 시작한다. 히로코는 죽은 연인을 잊을 수 없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들을 이츠키에게 적어 보내줄 것을 부

탁한다. 이츠키는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기 시

작한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던 유쾌하지 못한

기억에서 시작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점차 아쉽고 소중한 추억에 대한 진

한 그리움으로 변해가게 된다. 히로코는 이츠키가 숨을 거둔 산에 올라 자신

이 잡아두려 했던 이츠키를 마음으로부터 떠나 보내게 된다. 그리고 이츠키

는 그간 알지 못했던 사실을 깨닫고 히로코에게 더 이상 편지를 쓸 수 없게

된다.

 

 

 

 


 



 

사랑은 매우 일상적인 것이지만 극단적이기도 하고 절박한 감정 상태를

하는 것으로 항상 어렵기만 하다. 아와이 순지는 이런 사랑이라는 모순 덩어리

를 운명의 심판대에 내세운다. 운명은 잔혹하고 사랑은 더없이 무기력하다.

우연의 희생이 되어 버린 사랑. 한 통의 러브레터로 시작된 이 심판의 끝은 어

떤 결말로 이어질까? 중학교 시절 우연히 같은 반에 배정된 두 소년, 소녀.

이들은 운명적으로 같은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 먼 옛날 제대로 시작해보지

도 못한 채 끝난 사랑의 대상인 남자. 그리고 이제는 세상을 떠나 버려 더 이상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옛 약혼자. 한 남자에 대한 이런 기억을 가진 두 여자

의 이야기가 과연 흥미를 끌 수 있을까. 작은 감성에 충실한 감독의 역량은 그것

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영화 러브레터 속에서 “오겡끼데스까“는 유행어가 되었

다. ”오껭끼데스까“는 감독의 섬세함을 표현하는 기법 중 하나이다. 죽은 옛 애

인의 중학교 졸업 앨범에 적힌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히로코의 첫 말은 “잘 있나

요”인데 이는 답장을 바라지 않는 그녀만의 의 일기와도 같은 것이다. 여기서

 “잘 있나요”는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다는 뜻이다. 히로코가 새로운 사랑을 결심

하고 산에 올라 또 다시 묻는 “잘 있나요“는 ”이제 당신을 잊기로 했다“로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는 중학교 시절 동명의 여힉생 이츠키가 히로코에게 들려주

는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삽화가 대부분이다. 소년 이츠키와 청년 이츠키에 대한

단절된 기억을 가진 두 여자는 편지를 통해 그들 기억 속의 후지이 이츠키를 완성

해간다. 서정은 유머를 양념으로 더욱 감칠 맛을 낸다. 후지이를 짝사랑하는 소녀

사나에는 가부키 배우 같고 아버지의 상을 치른 소녀를 찾아온 소년은 “삼가 조의

를 표합니다“라고 깍듯이 인사말을 건넨다. 그 어색함은 소년적이다. 자전거로 불

빛을 밝혀 시험지를 읽는 대목 등 작은 감정에 민감한 감독의 역량이 발휘됐다.

히로코와 이츠키는 가수 겸 배우인 아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을 했는데 이 방식은

극의 몽환적 분위기를 돋구는데 일조했다.

 

 

 

 




 

연인의 사소한 추억까지도 알고 싶어하는 히로코와 그녀를 위해 기억을 더듬어

가는 이츠키의 신비로운 교감 속으로 그룹 레미쥬어스(Remedios의 영화 음악

이 눈송이처럼 살포시 내려앉고 있다. 옛 스페인에서 ‘치유의 신’을 뜻했다는 

그룹 이름 때문인지 피아노와 현악기를 위주로 한 이들의 음악은 쉽사리 털어내

지 못했던 아픔과 통증까지도 말끔히 씻어내리는 듯하다. 그중 최고의 애창곡이

라면 히로코가 홋카이도 근처의 작은 마을 오타루에 찾아와 이츠키에게 편지를

쓸 때 흐르던 ‘어느 겨울 이야기(A winter Story)'이다. 그밖에는 눈밭에 누워 있

던 히로코가 옷에 묻은 눈을 털고 걸어가던 뒷 장면의 ‘그의 미소(His Smile),

첫사랑을 가슴에 품게 된 이츠키의 얼굴 위로 행복하게 겹쳐지던 엔딩곡인 ‘작은

행복(Small Happiness), 히로코가 절규하듯 “오껭끼데스까”를 외치던 순간의

‘나를 용서하세요(Foregive Me)’ 등의 영화 음악이 기억에 남는다.

 

 

 

 




 


P 푸른소나무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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