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영화 감독 스탠리 큐브릭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주의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99년 런던 근처
하트포드셔의 저택에서 타게했다. 향연 70세였다. 큐브릭 감독은 1960년에
<스파르타쿠스>, 1962년에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1968년에 <2001년 스
페이스 오딧세이>, 1972년에 <몰개성 로봇 인간>을 만들었으며 1987년에
는 <풀 메탈 재킷>을 감독했다. 『진정한 천재는 단 한 편의 걸작만으로
도 존재 가치가 있다.』(장 뤽 고다르),『그는 누구도 모방하지 않았지만 우
리들 누구나 그를 모방하려 법석을 떤다.』(스티븐 스필버그). 큐브릭은 프랑
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영화 전통에 대항해 자기만의 주제와 영상 언어를
가진 미국의 대표적 작가 주의 감독이다. 그는 과학 발달의 전리품인 우주
탐사, 핵심험 등의 주제를 차갑고 기괴한 화면에 펼쳐 보이면서 궁극적으로
그 모든 것들을 무위로 만들어 버리는 인류의 양심을 파헤쳤다. 테크놀리지
를 통한 광기의 언어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말은 그의 영화가 테크놀리지라
는 난해한 퍼즐을 통해 휴머니즘이라는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헐리우드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도 막대한 예산의 영화를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감독이었다. 1928년 뉴욕에서 부유한 의사의 아
들로 태어난 큐브릭은 미국 근대 미술관의 필름 라이브러리에서 어린 시절
을 보내며 독학으로 영화를 배웠다. 『영화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그러자 적
어도 내가 본 수많은 형편 없는 영화보다는 더 나쁜 영화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는 오만한 데뷔의 변처럼 그는 미국 영화의 문법
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새로운 전통을 세워 나갔다.
대표적 작품은 핵이 만들어낼 디스토피아를 염려한 블랙 코미디 <닥터 스트
레인지 러브>와 할이라는 첨단 컴퓨터를 통해 우주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테
크놀리지의 갈등을 차가운 화면에 담은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꼽힌
다. 1971년도 작품인 <시계 태엽 오렌지>는 미래 사회 젊은이들의 광기와 성
적 충동, 폭력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언어와 영상과 음악의 이율배반적 배
치, 서사의 파괴 등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국에서는 20년간
상영이 금지됐고 미국에서도 몇 장면을 삭제하여 R등급을 받았다. 독특한
미장센(화면 배치)는 이후 수많은 감독들의 교과서로 모방이 시도된 작품이
다. 큐브릭은 주제를 물론 영화 기법에서도 파격적인 시도를 즐겨했다.
<배리린든>에서 인공 조명 대신 촛불을 조명으로 쓰는가 하면 <샤이닝>에서
는 이동 중에도 초점이 흔들리지 않는 스태디 캠을 이용하여 정서적 불안을
극대화했다. 기괴한 외모만큼 기벽을 가진 그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도 유명하다. 1974년 아예 영국에 정착한 이후 미국 시간에 맞춰 낮에 잠을
자고 밤에 작업을 한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