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2
세종 대왕 때 북방 6진을 개척한 김종서는 호조 판서가 되자 오만해지기 시
작했다. 어느 날 황희 정승을 찾은 김종서는 그 앞에 비뚜름히 기대어 앉아
이야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크게 노한 황희 정승이 갑자기 하인을 불렀
다. 하인이 들어오자 황희 정승은
“지금 김판서가 앉아 계신 저 의자의 한쪽 다리가 짧은 듯하니 어서 나
무 토막을 가져다 받쳐 드리도록 해라!“
라고 호령했다. 그제야 잘못을 깨달은 김종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사죄했다.
황희 정승은 용서를 구하는 김종서를 일으키며 말했다.
“그게 무슨 큰 죄가 되겠소만 장차 나라의 중임을 맡은 사람일수록 사
소한 일거일동이라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오.“
사람은 어떤 일을 하건 간에 꼭 갖추어야 할 근본이 있다. 그것은 때와 대상
에 따라 효, 용기, 노력 등으로 달라지지만 근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데는 이
론이 없다.
공자의 여러 제자 중에 증자는 특히 효성이 지극했다. 하루는 증자의 아내가
장을 가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따라 나서겠다고 울어댔다. 증자의 아내는 아
이들을 떼어놓으려고 장에 갔다와서 돼지를 잡아주겠다고 헛약속을 했다. 아
내가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돼지를 잡으려고 끌어내고 있었다. 아내는 깜짝
놀라 아이들을 떼어놓으려고 한 말이라며 남편을 말렸다. 그러자 증자가 말
했다.
“아이들에게 그런 실없는 말을 하는 게 아니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배
우는 것이오. 당신은 아이들에게 속임수를 가르쳤소. 어머니가 자식을
속여서 믿지 못하게 된다면 교육이 어찌 있을 수 있겠소.“
증자는 결국 돼지를 잡아 아이들에게 먹였다. 가족 간의 믿음은 인륜의 기초
다. 이 기초가 제대로 갖춰어져 있지 않으면 다른 무엇도 이룰 수가 없다.
가족 간에 믿음을 형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
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장관 중에 시몬이라는 랍비 출신의 장관이 있었다. 그에게는 수
많은 제자들이 있었는데 하인 토비도 그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랍비 시몬은 토비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는
푸줏간에서 소 혓바닥을 사왔다. 랍비는 잘 했다고 칭찬을 하고 이번에는 세
상에서 가장 맛없는 것을 사오라고 했다. 이번에도 토비는 소 혓바닥을 사왔
다.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주인에게 토비는 말했다.
“혀가 맛있다고 느낄 때는 그 이상 맛있는 것이 없지만 일단 혀가 맛이
없다고 느끼면 그보다 맛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사람들
에게 이야기해 줄 때 우리 혀는 아주 훌륭합니다. 그러나 욕하거나 남을
중상모략할 때 혀는 아주 못된 놈이 되지요.“
세치 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고 가장 추악할 수도 있다.
너그러움 하면 손꼽히는 사람이 조선 초의 우의정 맹사성이다. <관후하기는
맹사성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니. 어느 날 맹정승이 온양을 다녀오다 한
주막에 들르게 되었다. 먼저 온 젊은 선비 하나가 그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반말투로 말난장을 걸어왔다.
“여보 영감, 심심한데 우리 우스개로 공당 놀이나 해봅시다.”
“거 좋소. 그래 젊은이는 어디 가는공?”
“서울 간당.‘
“무슨 일로 가는 공?”
“벼슬 하러 간당.“
“무슨 벼슬인공?”
“녹사 벼슬 응시하러 간단.”
“그 벼슬 내가 주겠는공?”
"그 사람 웃기는 소리 다 한당.”
며칠 뒤 젊은 선비는 녹사 시험을 치러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높은 단
위에서 위엄 있게 지켜보고 있던 시관 하나가 넌지시 물었다.
“그동안 어떠한공?”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선비는 목소리 주인을 보고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죽었지당, 죽었지당.”
“그게 무슨 죄게 되겠는공?”
“죽을 죄를 지었음당.”
“녹사 벼슬 자신 있는 공?”
“만부당, 만부당!”
어리둥절해하며 영문을 묻는 다른 사관들에게 맹정승이 크게 웃으며 며칠
전 일을 이야기했다. 그 말에 모든 사관들은 박장대소했다. 맹정승처럼 너그
러운 성품으로 모든 이를 대하려면 얼마나 오랜 수행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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